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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행사/토종씨드림, 토농회

[스크랩] 유산

by 내비도 2017. 3. 7.

안동에 이철규농부에게 사과따기 울력을 갔다. 이곳은 그의 농장이 아니라 얼마전 작고하신 그이 아버님의 농장인데 이제 몇년전 무농약 인증을 받은 곳이다. 사과 나무 수명이 30년 정도라고 하니 고인이 그 세월을 바치고 떠났지만 사과는 남아 주렁주렁 훌륭한 과실을 달아내고 있었다. 그 아들들이 그것을 따고 있는 모습은 마치 멈추지 않는 유언이 저주파로 골짜기를 울리는 듯 느껴졌다.

무엇인가를 후세에 남긴다는 건 개인의 욕망이 최대치로 끌어 올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이 살 수 없는 시간대까지 밀어부친 욕망이다. 그래서 그건 당대에 문제를 야기하고 해악을 끼치는 자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정신, 하나의 노동적 태도, 하나의 실천하는 본보기로 남겨진 것들 중엔 자체로 현실을 옭아매는 구태의 습들이 아니라 그걸로 더 추동해나가 현실의 모순에 대항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자연재배같은 것이 그런게 아닌가 생각한다. 어떠한 에너지도 투입하지 않으므로 흙과 태양과 인간의 근육만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구현하는 것이 자연재배라면 그것은 어떤 불온한 흔적도 남기지 않음으로서 대지의 온전한 연속을 담보하는 유산이며 동시에 그것으로 우리의 삶을 지지하는 먹거리를 생산하여 지구를 위협하는 도시와 자본에 맞서는 불굴의 태도라는 점에서 정신적 유산의 실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 밭엔 멋스런 나무 대신 무위에 가까운 풀들이 하나가득 자라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그것도 미천한 대로 이 세상에 남기는 내 작은 유산임을...

참으로 이철규 농부 어머님께서 주신 따듯한 복준자 쥬스~

초보농군님은 나무 뒤에 숨었다가 ㅋㅋ

늘 솔선수범 하시는 내비도 총무님~

형님~ 제 사과 박스 살살 실어주삼~ ㅋ

이철규 농부 어머님! 맛있는 식사 여러끼 챙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철규 농부. 가까이 앉아 이야기 나누고 같이 일한게 이번이 첨이다. 작지만 강단있는 평소 그의 모습이 그다지 살가운 사람이 아니고 술도 아니하니 같은 상에 앉아 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그의 자연재배 밭을 보고 마음이 급 누구러졌다. 왜? 아는 사람은 안다. 밭만봐도 어떤 농사를 짓는 사람인지. 나아가 어떤 사람인지. ㅎ

캬캬캬 내 밭의 고추 보다도 작다니~~

그의 농장은 참으로 명당이었다. 동네 건달 아저씨들 같은 뒷모습. 내비도 총무님. 초보농군님 ㅋ

4년차 자연재배 사과밭. 그의 아이들이 가장 귀한 사과를 딸 것이다. 그도 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유언을 작성 중이다...

출처 : 토종자립마을(연두자립마을)
글쓴이 : 흙사랑(우성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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