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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관련 정보/농사정보

[스크랩] 한원식

by 내비도 2017. 3. 7.
한원식 선생님 댁에 다녀 온 뒤 정리 한 글입니다.| 함께하는 이야기

한원식선생님댁에 다녀와서...


이른 아침 한원식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분주히 챙겨 길을 나섰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리다가 비로소 산길을 만났다. ‘설마 이런 곳에 사람 사는 집이 있을까?’라고 생각한 지점에서부터 한참을 더 굽이굽이 올라가니 길 아래쪽에 정말 집이 있었다. 주차를 하는 사이 자동차 소리를 미리 확인한 인상 좋고 눈매 날카로운 한원식선생님이 올라와 반가이 맞이해 주셨다. 손님 맞는 일이 생활인 것처럼 10명 넘은 인원이 앉을 자리를 쉽게 마련하시고 둥글게 둘러 앉아 이야기 나눌 준비를 하셨다. 이야기 또한 머뭇거림 없이 시작되었다. 먼저 비교되는 두 사람의 농사 방법을 말씀해 주신 후 선생님 농사 철학으로 들어갔다.


황00선생님 농사법 : 땅을 갈지 않는 농사

황00선생님의 아버님은 농사를 짓기 위하여 땅을 갈아엎어 마사토를 넣고 두충나무, 오가피나무등을 경작하였다. 황00선생님의 생각은 갈아엎는 것은 땅이 망쳐지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땅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땅에 맞추어 욕심내지 않고 땅이 되어지는 농사를 짓기 위하여 땅을 복원하고 있는 중이다.


귀농한 전00씨 농사법 : 땅을 갈아엎어 짓는 농사

우리의 조상들이 손과 지게, 가래, 괭이로 기름지게 가꾼 땅들을 기계를 이용하여 갈고 퇴비를 땅속에 넣어 주는 농사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농부입니다. 전00씨는 땅을 경작하여 오히려 땅의 복귀를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노동에 대한 두려움마저 지니고 농사일을 하고 있다.


한원식 선생님 생각 : 땅에 약간의 변형은 필요하나 인위적으로 파헤치는 일은 쓸데없는 행위이며, 우리의 일은 노동으로 가게해서는 안 되고, 노동과 놀이가 같이 더불어져서 일이 되어야 떠나지 않고 이어지는 삶으로 갈 수 있다. 떠나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희망이 보인다. 이미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관념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 방법만을 주장하기 때문에 그릇칠 수가 있고, 경험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땅과 빨리 친화할 수 있다.


한원식선생님의 농사철학

1, 밥 짓는 농사가 구심

밥 짓는 농사가 구심이 되어야 한다. 밥 짓는 일을 하는 건 철이 들었다는 말인데, 철이란 무엇이냐 하면 바로 똥오줌을 가리는 일이다. 똥오줌을 가려야만 비로소 철 들었다 할 수 있는데 똥오줌 가리는 일은 기저귀를 뗀다는 것만이 아니고, 똥 지고 밭에 나가 밥 만드는 일, 밥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2, 통이냐 쪼개진 것이냐.

통으로 풀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적게 가게하고 독하지 않게 가기 위해서는 통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통으로 보고 생각하고 음식도 통으로 된 것들을 먹어야 한다. 껍질을 깎지 않은 과일과 근채류들, 그리고 현미를 먹는 것이 한살림의 숙제이면서 땅을 그르지 않는 일이다. 흰쌀은 쪼개진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것을 저버린 행위이다. 이유로 메통쌀은 땅에 떨어지면 생명으로 변화할 수 있지만, 흰쌀은 땅에 떨어지면 썩기 시작하기 때문에 흰쌀은 죽임을 당한 쌀이라고 볼 수 있다.


3, 바름이 서 있냐에 구심

“땅을 가는 것은 바르지 못하고, 땅을 갈지 않는 것이 바른 것이다.” 라고 하셨다.

지렁이가 땅을 갈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사람이 땅을 가느냐, 땅을 갈아 똥을 넣으면 땅이 산성으로 변하지만, 땅을 갈지 않으면 렁이가 똥을 먹고 땅속에서 집을 만들기도 하며 땅을 중화시키는 일까지 하는데, 땅을 파괴하며 땅을 일구는 일은 잘못된 일이다. 과학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화학비료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지만 속지 않는 삶으로 가야 한다. 땅을 바르게 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게 된다.


4, 모든 것은 갖추어져 있다.

우리의 몸은 모두 갖추고 있다. 일깨워지지 않고 묻혀 있을 뿐 모자라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지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어지는 것이고, 일어나는 것이고, 만남이 있을 뿐 누가 누군가를 이끌어 주거나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대자연의 스승이 우리 속에서 펼쳐져 있는데 내 밖의 스승이 어디 있으리~~


5, 아침을 먹지 않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몸의 기온이 차고 밥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밥을 먹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우리의 몸은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 몸에서 독이 빠져 나가는 속도는 엄청나게 다르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독을 보내고 난 뒤 밥을 모실 준비를 한다. 밥은 내 님이요, 내가 되는 것이니 내 님 맞이하는 일을 하고 난 후 내님을 맞아 되씹어서 내님을 녹여야 한다. 그게 나를 살리고 일을 살리는 행동이다. 지금의 영양학은 시간에 의해 좌우되거나 칼로리에 의해 좌우되는데 그것은 바르지 못한 이론이다. 영양은 온도에 의해 좌우되어야하며 몸에 맞추어야한다. 세끼는 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영양학에도 어긋난다.

굶는 것이 몸의 앓이를 치유할 수 있고 절약할 수 있으며 정신도 맑아진다.

 

6, 두레와 대동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선생님은 밥상위에 손을 올려놓으시고 멀리 있는 마을과 가까이 있는 마을을 손으로 그리셨다. 그리고 두레와 대동이 되어야 가난이 없어진다. 가난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갑, 을, 병 등 여러 마을에서 각각 많이 만들어진 작물들을 가지고 와 서로 교환하게 된다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작물들을 돈으로 사고파는 일은 올바르지 못한 행위이며 대체로 흉년이 들었을 때에는 모두가 적게 먹어야 한다. 적게 먹는 일은 결코 가난해 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7, 밥상교육

되돌림의 교육이 진리이다. 밥모심을 잘 하여야만 똥모심을 잘 할 수 있다. 그 흐름이 잘 되면 몸이 건강해지고, 몸이 건강하면 일모심도 잘 할 수 있다. 일모심이 잘되면 잠모심이 잘되고 이 모든 모심들의 되돌림이 잘 되면 기쁨모심은 저절로 되어 늘 건강하고 기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8, 병은 없다.

독이차면 약한 곳에 몰리고 미세한 것이 막히면 큰 맥으로 이루어져 앓이를 한다. 앓이는 증상을 나타내며 열이 난다. 열이 나는 것이  독을 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독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소식을 하여야한다. 관장을 하고 난 후 굶는 것이 가장 좋다. 앓이를 잘 모시면 면역을 주고, 세균을 잘 모시면 몸이 복된다.


식사시간 마저 아까운지 잠시도 쉬지 않고 4시간 이상을 열띤 강연을 하고 난 뒤 우리는 한원식선생님이 가꾼 밭과 논으로 갔다. 땅을 갈지 않고 곡식을 뿌린 후 김도 매지 않고 풀을 베어 거름으로 사용한다고 말씀하셨다. 겨울을 이겨낸 파들이 줄을 서 있었고 푸른 밀밭은 봄 냄새를 물씬 풍겼다. 곡식들의 이름을 계속 말씀하시는데 모든 곡식을 다 짓는 것처럼 들려진다. 그곳에서의 풀은 그냥 풀이 아니었다. 개망초의 어린순, 자운영, 냉이등 모든 어린순들은 잡초가 될 수 없었다. 모든 자연물들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는 지혜가 엿보인다. 그 중 억새와 나무가 뒤엉킨 황무지 개간 방법은 압권이었다.

한해살이 풀이나 다년생 풀들은 양지 식물이라 햇볕을 받지 못하면 죽기 때문에 풀들을 잡아 가장 기름진 땅으로 바꿔 줄 수 있는 식물은 콩과 들깨이다. 먼저 억새나 풀들을 자른다. 나무는 자른 후 껍질을 벗겨 놓으면 말라 죽기 때문에 힘들여서 뿌리를 캐내지 않아도 된다. 정리가 다 되었으면 두 뼘 간격으로 콩을 한 줄로 심고, 새와 짐승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잘라 놓은 마른 풀을 씨 뿌린 자리 위에 덮어 준다. 콩의 싹이 마른 풀을 뚫고 올라와 웃자라면 짐승들의 잘라 먹지 않으니 그때 마른 풀들을 걷어낸다. 드디어 콩과 잡초가 같이 자라기 시작하면 콩의 한쪽 (왼쪽이나 오른쪽)에 자란 풀들을 베어 그 자리에 그냥 눕혀 놓고, 콩이 어느 정도 자라면 반대편의 풀을 베어 주면된다 하셨다. 가을 추수를 한 후 겨울에는 보리나 밀을 심어 잡초만 무성해지는 것을 막으면 다년생 억새 뿌리나 나무뿌리까지 잡을 수 있다 하셨다.

 

신비롭기 그지없는데 이것이 우리 조상들의 농사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농사법을 직접 적용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아직도 귓가에는 선생님의 말씀들이 여운으로 남겨져있다.

 

                                                                                                            2005 / 03 / 26

출처: http://blog.daum.net/usdt1111/41


출처 : 내비도농장
글쓴이 : 내비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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