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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행사/기타

디지털농업 취재사진(2022.11월호)

by 내비도 2022. 10. 6.

취재: 이미선 기자

사잔: 김세영 작가

 

내비도농장 최삼남 씨

가족이 함께 땅을 경작해 자급자족하며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도시에서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꿨을 모습이다. 전북 부안에서 ‘내비도농장’을 가꾸고 있는 최삼남 씨는 이런 삶을 추구해 귀촌했다. 글 이미선 사진 김세영

정원처럼 밭 가꾸는 은퇴농

최삼남 씨(67)는 9년 차 귀촌인이다. 어릴 적 살던 지역에 땅을 마련해 은퇴 후 농사를 시작했다. 5300㎡(1600평) 크기의 땅 한쪽에 집을 지은 뒤, 앞쪽으론 밭을 만들고 안쪽엔 연못과 정원을 꾸몄다.

그런데 이 밭은 익히 보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다. 평평한 밭 중앙에 통행로를 만들어 좌우로 나눈 뒤 양옆으로 통로와 직각이 되게 이랑과 고랑, 이랑과 고랑을 쭉 만들어놓았다. 이랑은 1.2m 남짓, 고랑은 50㎝ 넓이이며 이랑과 고랑 사이엔 경계목을 놓아 구분했다. 고랑엔 또 야자매트를 깔아 잡초를 방제하면서 작물을 돌보는 사잇길로도 사용하고 있다. 그 풍경이 정원을 가꿔놓은 듯 예쁘다. 밭의 외형만 특별한 게 아니다. 그의 밭에선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멀칭 비닐이 없다. 기계로 경운한 흔적도 없으며, 일부 이랑에선 작물 대신 꽃과 잡초가 자연스레 섞여 자라고 있다. ‘내비도농장’이란 이름처럼 땅을 내비두면서(놓아두다의 방언) 작물을 키우는 이른바 6무 농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비닐·농약·비료 없이 농사짓는 ‘내비둬 농사’] 최씨가 실천하는 6무 농사는 자연에 해로운 여섯 가지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순환 유기농업이다. 여섯 가지는 무경운, 무비닐,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제, 무밑거름을 말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은 물론이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퇴비도 최씨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집과 주변에서 발생하는 배 설물과 각종 부산물을 섞어 직접 만든 두엄만 쓰고, 멀칭은 잡초를 뽑아 덮어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비료도 농약도 기계 경운도 하지 않고 두엄으로만 관리한 내비도농장의 토질은 푸슬푸슬하고 기름지다. 최씨는 “땅의 미생물이 살아난 것”이라면서 “영양 공급이 끊어지자 처음엔 작물 생육이 형편없었는데 5년 차부터 농사가 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수확량은 관행농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최씨는 “상업농이 아닌 자급자족 농사이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며 “대신 병충해를 감안해 많이 심는다”고 덧붙인다.

이렇듯 밭을 ‘내비두면서’ 농사짓기 위해 최씨가 신경 쓰는 것은 품종 선택이다.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심는 데 주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토종 작물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최씨는 말한다. 청방배추와 150일배추, 안동무, 영천초와 안질뱅이초(고추), 순창가지, 성주콩과 머루콩, 조선오이,진안토마토, 분홍감자, 사과참외 등 20여 품목에 이르는 토종 채소가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 최씨네 농장에서 자라고 있다.

그렇다고 최씨가 토종 농사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개량종도 필요에 따라 심는다”는 최씨는 “나에게 씨앗 선택 기준은 토종이냐, 개량종이냐보다는 자연순환 농법을 적용해도 잘 자라는지와 자가 채종이 가능한지”라고 덧붙인다.

[“농장은 나의 놀이터이자 힐링 공간”] 귀촌인의 텃밭치곤 넓은 땅을 가꾸면서 소량의 수확으로 만족하는 최씨가 ‘내비두는 농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행복’이다.

“우리 농장은 나의 놀이터이자 힐링의 공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밖으로 나와 풀을 깎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죠. 갓 깎은 풀밭 길은 정말 예쁘거든요.” 그런 뒤 밭을 돌보는데, 일하는 시간은 하루에 두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땅을 뒤집고, 밑거름과 덧거름 주고, 비닐 씌웠다 걷고, 농약 치는 모든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수년에 걸쳐 땅심을 살려놓았기 때문에 잡풀도 확연히 줄었고, 지금은 그저 빈 땅에 씨 뿌리고 모종 심으며 이따금 난 풀 뽑고 필요한 만큼 채소 뜯어 반찬 해 먹다 보면 지루할 새도 없이 하루해가 저문다.

궁극적으로 최씨는 내비도농장을 ‘가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풀이하자면 가문의 정원이다. 아름다운 정원이자 가족이 함께 자급자족하는 자연 속 공간으로 만들어 대물림하겠다는 게 최씨의 바람이다.

“우리 농장은 단순한 땅 이상입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돈 주곤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었어요. 이제 씨앗을 던져놓고 가만 내비둬도 잘 자랄 수 있는 좋은 땅이 됐으니, 우리 아들딸과 손자들도 이곳을 정원 가꾸듯 즐기며 보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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