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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의 길/흙 살리기(퇴비)

[스크랩] 왜 재나 왕겨, 톱밥 등을 뿌려주는가?

by 내비도 2017. 6. 19.

왜 재나 왕겨, 톱밥 등을 뿌려주는가?

1) 부패 촉진을 위한 탄질비 조절용

앞서 말했듯이 똥을 부숙시키는 호기성 박테리아는 산소를 좋아하여 산소 공급이 잘 돼야만 박테리아가 급격히 증식되고 활동이 왕성해진다. 따라서 똥이 그냥 쌓이면 배설물 속에 있는 호기성 박테리아는 산소 부족으로 활동이 더디어진다. 똥을 싼 다음 왕겨나 톱밥을 넣어주는 것은 바로 똥 속에서 활동하는 호기성 박테리아에 산소를 공급해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용도로 쓰이는 왕겨나 굵은 톱밥, 잘게 썰은 짚, 대패밥 같은 것들을 '산소를 공급해주는 매개체'라 하여 '통기성 매질( )'이라 부른다. 또는 '희석제'라고도 부르고 벌킹재(bulking Agent)라고도 하는데 이것의 주성분은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등으로 되어 있고, 유기폐기물과 혼합되어 좋은 부식토를 생산할 수 있는 재료다.

이 희석제의 특징은 'C/N비가 높다'는 것인데, 질소질이 절대적으로 많은 똥 위에 탄소질이 많은 희석제를 뿌려주면 탄질비가 적절한 수준으로 되어 냄새도 안 나고 퇴비의 효율도 높아진다. 반대로 낙엽이나 풀, 짚 등을 쌓아놓은 것을 퇴비로 만들려면 오줌이나 똥 같은 질소질이 많은 재료를 뿌려 섞어주면 탄질비가 낮아져서 빨리 썩어 훌륭한 퇴비가 된다.

또한 희석제는 분뇨의 함수율()을 낮춰 분뇨더미 내에 다공()을 형성함으로써 산소 공급뿐만 아니라 보습력()이 강해져 수분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박테리아 활동의 최적 조건을 만들어준다. 게다가 배설물의 표면을 차단시키기 때문에 보온 효과 및 냄새를 없애고 날벌레의 활동을 막는 역할도 한다.

희석제는 분뇨의 높은 소금기를 희석시켜주는 역할도 하고 분뇨만으로는 부족한 미세한 무기질을 주기도 한다. 이 무기질은 분뇨를 퇴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들인 방선균, 미생물, 지렁이의 배설물에 안정성을 주어 양질의 퇴비생산에 훌륭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희석제를 벌킹(bulking) 재료라고도 부르는 것은 이러한 통기성 매질의 특징 때문이다. 벌킹이란 '부피가 많은 것', '부풀어오르는 재질' 등을 말한다. 왕겨나 톱밥 같은 재료들은 질량에 비해서 부피가 큰 것들이다. 그만큼 물질의 내부에 공간이 많아() 산소공급이 쉽고(), 수분을 잘 빨아들인다. 또한 탄소질이 많아 분뇨더미 내에 있는 박테리아들에게 먹이감을 많이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벌킹 재료는 탄질비를 조절하면서 동시에 호기성 박테리아에 산소공급을 해주어 활동을 활성화시켜주니 똥을 퇴비로 만들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2) 퇴비의 안정화와 토지개량의 열쇠

일반적인 희석제처럼 재() 역시 분뇨에 섞어 뿌리는데 여기에서 재는 분뇨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재는 배설물의 냄새를 막고 거름의 알칼리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흙에서 식물들이 자라면 흙 속에 있던 여러 부양물(영양물)들이 빠져나가 흙이 산성화되는데, 산성화된 흙에 영양분을 재보충해주지 않으면 점차 식물들에게 영양분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척박한 땅으로 된다.

여기에 똥거름에다 알칼리성 덩어리인 재를 섞어 뿌리면 흙은 다시 환원되어 식물들에게 여러 영양분을 주는 생명력 있는 땅으로 변해간다. 또한 재의 성분은 식물의 목질부를 튼튼하게 성장시키는 기능을 하므로 과실을 단단하고 튼튼하게 한다. 더불어 재는 엽록소의 형성을 가능케 하며 식물병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똥오줌을 누고 그 위에 왕겨나 나뭇잎, 재 등을 뿌려 부숙시키는 잿간의 원리는 이러한 면에서 상당한 과학성을 띠고 있다. 잿간에서 쓰는 희석제로 인해 분뇨의 함수율은 낮아지고 그럼으로써 생기는 다공질()의 조직상태는 호기성 박테리아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역할과 보온·보습의 구실, 박테리아의 주거지 역할까지 해준다. 이 다공에 의해 호기성 부패가 시작되고 방선균류가 번식하면서 이들은 인분의 부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선균류뿐만 아니라 다른 호기성 박테리아가 유기물을 분해해서 컴포스트(후민산)를 생성한다.

이 불안정한 후민산()은 토양과 결합해서 유기질을 함유하는 흑색의 안정된 부식물()이 된다. 이 부식물은 양분을 서서히 방출하므로 수년간에 걸쳐 작물에 필요한 비효분()을 축적할 뿐 아니라 토양의 수분 온도 등을 조절하며 퇴비의 성숙을 촉진한다.

이렇듯 똥거름을 연속으로 시비하면 가축똥보다 양분 함유량이 두 배 속도로 증가한다. 이러한 연유로 모래땅의 경우에도 호기성 발효를 한 퇴비를 장기간 주면 토지가 양질의 농지로 개량되기도 한다.

또한 분뇨에 희석제를 넣어주는 것은 생분뇨의 가스장애와 충()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분뇨 슬러지를 직접 토양에 시비할 경우 유기산, 황화수소, 암모니아, 탄산 가스, 아질산 가스 등이 발생되어 식물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살균 처리가 되지 않아 병원성 균에 의한 장애를 받는다. 따라서 분뇨 슬러지에 희석제를 넣어 퇴비화하면 함수율을 낮추면서 동시에 불안정한 부패과정을 미리 거친다. 그리하여 미리 퇴비를 안정화시킨 다음 토양에 시비해야 식물의 생장에 장애가 없이 퇴비역할을 훌륭히 해주게 되는 것이다.

뒷간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많이 나는 경우를 보자. 암모니아 냄새는 주로 호기적 조건보다는 혐기적 조건에서 더욱 심하다. 암모니아는 미생물의 생육에 한계 영양인자이기 때문에 미생물이 매우 용이하게 이용한다. 그런데 암모니아 냄새가 많이 나면 일단 퇴비화 대상 유기물에 질소 화합물 농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에 주로 탄질비를 고려하여 희석제(낙엽, 탄소성분이 많은 건조 유기물, 기타 무기물 등)를 첨가하거나 공기를 퇴비더미 내에 공급해주어 냄새유발을 억제한다.

산성토양을 개량할 경우에는 유기 희석제보다는 무기 희석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폐기물의 재활용이란 측면에서 희석제의 응용은 석회보다 비산재가 유용하다. 비산재는 전국 각지에 산재되어 있는 열병합 발전소에서 무료로 조달할 수 있다.

유기 희석제로 가을 낙엽 또한 매우 유용한 퇴비화 재료다. 주변에 있는 낙엽을 수거한 뒤 그늘진 통에 보관하여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3) 벌킹 재료의 종류와 특징

재(灰)

분뇨를 퇴비화시키는 희석제 중에서 가장 효율이 높고 구하기 쉽다. 뒷간에서 뒤를 본 후에 재를 뿌리면 악취 제거와 수분 조절, 분뇨 속의 벌레 제거 및 접근 방지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똥재는 비료로 사용할 때 분뇨의 비료 성분과 재의 비료 성분을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오줌과 섞어 오줌재로 쓸 수도 있다.

주거가 밀집되지 않은 농가에서는 방 한 칸 정도에 구들을 놓아 재를 만들어 쓰면 좋다. 재가 없는 집은 근처에 소각장, 화력발전소가 있다면 무료로 얻어다 쓸 수 있다. 소각장이나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재는 고열로 처리하여 나온 재이므로 안전성이 높다. 특히 소각장이나 발전소에서 나오는 비산재는 산성화된 토지 개량용으로 쓸모가 있다.

집에서 재를 쓸 경우에 한 가지 가려야 할 것이 있다. 즉 화학제품이나 중금속이 섞이지 않게 소각하여 재를 얻어야 한다. 비닐이나 고무, 플라스틱, 폐건전지 등이 섞인 채 소각하면 재 성분 속에 식물 생장에 안 좋은 유독 성분이 섞이므로 함께 태워 재로 쓰면 절대로 안 된다.

부엽토

산이나 들에서 거두어 온 부엽토는 낙엽이 부식된 흙이므로 뒷간의 희석제로는 최상이다. 산골마을에서는 거두어 쓰면 좋겠으나 일반 가정에서는 일상적으로 뒷간의 첨가제로 구해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산행이나 산책을 통해 약간의 부엽토를 구한다면 매일 쓰는 희석제가 아니더라도 가끔씩 뒷간에 넣어주어 자기 집 뒷간의 퇴비를 최상질로 만드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낙엽도 가끔 거두어다가 뒷간에 뿌려주면 좋다.

석고/석회

일상적으로 석회를 구하려면 비용이 들지만 가스가 나오는 공장에 가면 석고를 공짜로 얻어 쓸 수 있다. 이런 공장에서는 습식 세정장치 속에 산·알칼리 중화를 위해 석회를 넣는다. 그 부산물로 석고가 나오는데 이는 칼슘 성분과 유황이 섞인 것으로서 토지 개량용이나 마늘 농사 등에 매우 좋다. 이 석고를 가루로 만들어 뒷간의 희석제로 써도 좋다. 다리품만 팔면 이렇게 좋은 첨가제를 손쉽게 구해 쓸 수 있다.

한약재

집 근처에 한의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구해 쓰길 권한다. 한약찌끼는 한의원에서 약탕을 낸 후 나온 부산물이기에 한의원 입장에서 보면 꼭 처리해야 할 쓰레기이며, 어느 한의원에 가든 구할 수 있다. 한약 찌끼는 온갖 보약 성분이 그대로 배인 최고의 퇴비로서 그 자체만으로도 퇴비더미에 첨가제로 뿌려주면 좋다. 선암사에서는 한약찌끼를 해우소의 희석제로 쓰는데 효과가 매우 좋다고 하니 구할 수 있는 분은 뒷간의 희석제로 쓰길 바란다.

왕겨

벼의 겉껍질을 왕겨 또는 겉겨라고 하며, 속껍질은 쌀겨나 속등겨라고 한다. 쌀겨는 보통 가축의 사료로 많이 쓰이며 왕겨는 퇴비의 희석제로 많이 쓰인다.

가을철 벼를 털 때 모아두었다가 쓰면 되는데 쌀농사를 짓지 않는 집에서는 방앗간에서 구해 쓰면 된다. 뒷간의 첨가제로서는 재와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다. 우선 재질이 균일하여 분뇨 위에 고루 뿌릴 수 있고 탄질비가 높아 잿간변소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첨가제다. 뒷간 부출 한켠에 왕겨통을 놓고 뒤를 본 후 한 바가지 퍼서 뿌리면 된다.

숯가루(활성탄)

숯가루는 숯공장 등에서 구입해 써야 한다. 집에서 숯을 만들어 가루를 내어 쓸 수도 있겠으나 손이 많이 간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뒷간의 분뇨를 고급 천연퇴비로 만들고 또한 냄새 방지와 벌레 방지, 양질의 미네랄이 듬뿍 들어 있는 등 많은 이점이 있으니 구해다 쓸 만하다.

톱밥

질소질이 많은 분뇨를 희석시키기에 좋은 재료다. 다른 벌킹재료에 비해 보수력과 흡수력이 크다. 하지만 톱밥의 원료가 대부분 수입목재에서 나온다는 사실로 볼 때 보편화시킬 희석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본드로 붙여 만든 합판에서 나온 것은 화학 합성제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농사용으로는 절대 쓸 수 없다. 다만 주변의 제재소에서 원목을 제단할 때 나온 톱밥을 얻어 활용하는 정도라면 괜찮다.

출처 : 내비도농장
글쓴이 : 내비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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